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그래" "알았어" "응"과 같은 쿨한 답변이 온다면? 상대방이 화가 났다고 믿거나 ' 뭐 잘못했나?'하는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언제부턴가 이모티콘 없이는 감정을 실어 나르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이모티콘은 감정(emotion)과 조각(icon)의 합성어이다. 1982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스콧 팔먼 교수가 학교 계시판에 올라온 글로 인해 감정싸움이 잦아지는 것을 보고 사용한것이 시작이었다.  함께 웃자고 쓴 글에는 :-) 를 붙이고 ,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쓴 글은 :-( 를 붙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부호는 게시판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딱딱한 글에서 빚어지는 오해도 크게 줄었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웃는 모습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에 스마일리(smiley)라고 불렸다.  IT환경이 바뀌면서 문자, 기호를 조합한 것외에 이미지를 활용한 유료 이모티콘까지 등장했다. 

   이모티콘은 인터넷을 발전시킨 10대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고, 2002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록될 정도로 특정집단의 은어가 아니라  사회의 기호로 자리 잡았다. 수년 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애플 직원을 스카우트하려고 시도한 구글의 인사담당자를 해고하겠다는 에릭 슈밋 구글 CEO의 이메일을 받은 후 웃음을 뜻하는 이모티콘 ':)' 단 하나만을 회신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모티콘 답신에 대해 언론은 잡스의 냉혹함을 보여줬다는 해석을 쏟아냈다.

   최근 미국에서 이모티콘으로 하는 의사표현이 법적효력을 갖는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 마약왕국 '실크로드'를 설립한 로스 윌리엄 울브릭스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검찰이 인터넷 공간에서 그가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며 나눈 대화내용을 읽으며 이를 '이모티콘'이라고만 발음하자 변호인 측이 명확히 소개해야 한다며 항의한 것이다. 결국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이모티콘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뜻을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모티콘은 문자는 아니지만 인터엣 모바일 시대의 의사소통 수단이다.  누가 쓰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간결함, 편리함, 재미 때문에 자생적으로 전 세대로 퍼진 언어문화다. '언어=상징' 이라는 점에서 이모티콘이 법적증거로 인정받지 말란 법도 없다.    매일경제 심윤희 논설위원

발췌 : 매일경제 2014년 2월 3일 A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