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골프계를 호령했던 타이거 우즈의 추락하는 과정을 쓴 조선일보 민학수 논설위원의 글을 게시해 봅니다.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보여주지만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와 스트레스가 비상적으로 만나면 정상궤도를 벗어나는 폭주 기관차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폭주 기관차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불혹(不惑) 우즈]

2009년 성 추문이 터지기까지 타이거 우즈는 골프 신(神)이었다. 10년 전 PGA 대회에서 그를 따라붙었다. 팬과 취재진이 구름같이 몰려 진행요원이 따로 있었다. 블랙홀처럼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던 그는 멋있기도 오만하기도 했다. 팬들이 손 내밀고 이름을 외쳐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몸이 단 아이가 "타이거, 오늘 내 생일이에요"라고 외치자 그제야 씩 웃었다. 지난 20년 '골프는 몰라도 우즈는 안다' 할 만큼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우즈와 사귄다며 잡지에 실린 여자들 사진이 열 장을 넘었다. 고만고만한 여인들을 보며 사람들은 "아내가 훨씬 나은데" 하고 혀를 찼다. 주변에선 "그를 골퍼로 키운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스트레스 탈출구로 황음(荒淫)에 빠진 모양"이라고 했다. '불륜 문자'를 들킨 뒤 아내가 휘두른 아이언에 호랑이 이빨이 빠졌다고들 했다. 황급히 차를 몰고 나오다 집앞 소화전을 들이받으면서 우즈는 더 이상 옛날로 돌아가지 못했다.

▶오늘 우즈가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았다. '미혹에 빠지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이다. 그는 "흑인은 캐디로서만 잔디를 밟을 수 있다"던 오거스타에서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흑인뿐 아니라 세계 젊은이의 영웅이었다. 그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20대 초·중반 '타이거 키즈'가 지금 천하를 호령한다. 정작 우즈는 이혼과 부상에 시달리며 '아우라'를 잃었다. 올해 두 차례 허리 수술을 받고 겨우 걸어다닌다. 클럽 잡을 엄두도 못 내 은퇴설까지 나돈다.

▶최경주는 우즈가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갓 PGA 무대를 밟은 그를 다들 '투명인간' 보듯 할 때 우즈만은 "어릴 적 한국 친구가 많았다"며 한국식으로 머리 숙여 인사했다. 최경주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할 때 추천서도 써줬다. 그러나 수십 겹 사람과 돈의 장막이 그를 둘러치면서 인간적 미숙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곁을 오래 지켰던 캐디, 스윙 코치와도 끝이 나빴다.

▶엊그제 우즈가 집 뒤뜰에서 두 아이, 애완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환하게 웃는 그가 행복해 보였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매는 "아버지와 메시 중에 누구처럼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메시"라고 했다. 우즈도 "맞는 얘기"라고 맞장구쳤다. 전처와도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베스트 프렌드'로 지낸다고 한다. 그는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예전에 알았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골프의 신(神)에서 병든 중년으로 추락한 우즈. 그 대가로 되찾은 것이 이런 인간미라면 삶은 참 공평하구나 싶다 <출처: 조선일보,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