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장의 여인 -

대중가요 '산장의 여인'의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리"란 노랫말 그대로 의술이 발달되기 전만 하더라도 난치병이었던 결핵에 걸려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린 많은 생명들이 심지가 다한 촛불과 같은 절박함으로 죽음 앞에 처절하게 대항하던 곳이다. 마산방송국에 재직 중이던 작사가 반야월이 1956년 결핵요양원 위문공연을 왔다가 한 미모의 여성 결핵환자 모습을 보고 쓴 노랫말인데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국립결핵마산요양원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인들이 거쳐 갔다. 사회주의 문학의 이론가이자 시인이었던 임화, 단편소설 '벙어리 삼룡이'의 작가로 유명한 나도향이 24세로 요절하기전 이곳에서 요양을 했으며, 대표적인 저항시인인 김지하도 한동안 요양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화는 마산에 내려와 여류작가인 지하련을 만나 육체적, 정신적 '재생의 삶'을 도모했지만 사상의 재생은 하지 않고 지하련이 쓴 마산을 무대로 한 '제항초'라는 작품 속에만 삶의 흔적을 남기고는 같이 월북하고 말았다. 작품 속의 결핵마산요양원은 나도향이 편지의 형식을 빌려 쓴 '피 묻은 편지 몇 쪽'이 대표적이다. "...서울서 마산을 동경할 적에 얼마나 아름다운 마산이었는지요. 그러나 마산에 와서 보니 동경할 적의 그 아름다운 마산이 아니요. 환멸과 섬섬함을 두고 쓸쓸한 마산이었나이다..."라며 마산에 오면 병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병세가 악화됨을 느끼는 절망감과 참담함을 토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