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방황하며 살아간다

사람이란 처음부터 위대한 인물이 되게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다 방향도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손으로 길을 더듬으면서, 혹은 선생님이나 선배, 친구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삶을 꾸려 가는 것이 바로 사람들의 진짜 모습입니다.

* 독선으로는 건설적인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인간 집단도 그렇고 각 민족도 그렇고, 모두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모습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찾고, 또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면은 어디인가를 세세하게 찾아내야 합니다.

* 근대화의 착각

법률이나 제도만 근대화시켰으니 근대화되었다고 한다든지 혹은 서양 것을 받아들였으니 근대화되었다고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생활의 밑바닥까지 퍼져 나가지 않습니다.

근대주의적, 즉 합리주의적 사고방식만으로는

세계 여러 민족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근대주의 말고 새로운 역사주의라고나 할까,

즉 현실 사회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바탕으로 어디를 어떻게 하면 근대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해야만 비로소 그 연구는 실천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새 시대의 막은 변방에서 사회과학의 기본 개념이 흔들리다

모든 인류는 고통적인 발전 단계를 밟아 나가며 그 꼭대기에 유럽이 서 있다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진 학설이 무너졌습니다.

중국에는 중국 나름의 발전 리듬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또 우리 나름의 발전 리듬이 있습니다.

유럽 자신이 이미 기댈 수 없게 되어 버린 학설을 끌어다가 우리나라나 동양 사회가 유럽 사회와 어떻게 다르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이 눈에 뜁니다.

우리가 ‘유럽에서는 이랬는데, …’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유럽 학계의 현실은 이미 오래 전에 그런 것에서 벗어나 유럽 사람들 자신이 그런 특색을 이젠 더 이상 특색으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의미의 특색을 찾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즉 선진국에서의 발생한 모더니즘은 우리가 한창 선진국의 모더니즘에 심취해 있을 때 이들은 모더니즘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며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현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런 전환기에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가, 또 어디를 어떻게 바꾸면 다음 단계의 시대로 넘어가게 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은 우리가 연구를 통해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 발전이란 하나의 사회가 그대로 같은 지역에서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발전해 가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고대 사회에서 중세 사회로의 전환은 고대 사회 속에서 중세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고대 사회의 변방이나 혹은 주변 중 특정한 조건이 갖추어진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것이 곧 다음 시대를 밀고 나가는 하나의 바탕이 된다는 것입니다.

* 힘든 공부의 즐거움

학문 연구란 쉽게 말해서 아무리 오랜 세월을 해도 학창 시절 시험, 레포트를 준비할 때의 괴로움과 그것이 끝났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 평생 반복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즐거움과 괴로움은 하나라고 하는 마음가짐이 평생 뭔가를 해내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 대화의 중요성

서로의 생각을 맞부딪치기도 하고, 또 각자 생각을 말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좋은 스승, 좋은 친구, 좋은 제자가 서로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