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의 절친, 이재우씨가 세상을 떠나갔단다.

84세의 수명을 끝내고서.

그의 장례식에 참석을 한다면서 남편은

1부 예배를 마치고

나를 태운 뒤에 동탄역으로 향한다.

가면서 내가 돌아올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함이란다.

걱정도 팔자셔. 네비를 틀면 네비가 다 가르쳐 줄 것인데

뭐 그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냐?

전 같으면 무조건 광주까지 가서는

하룻밤을 묵으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놀다 올 일인데

지금은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다.

잠깐 마지막인사만 마치고

오후 4시 열차를 타고 돌아온다. 그러고는 미안쩍은지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다.

그걸 처량스레 지켜본 내가

오늘은 참으로 착해졌네

하고 감탄을 했니

이재우의 이야기를 꺼낸다.

마누라와 자식들이 죽을 때까지 고생하지 말라며

애써 돈을 벌어 주었더니

마누라가 유치원을 경영하면서

겨우 한달 용돈을 이십만원 밖에 안 주더란다.

야박스럽긴.

용돈을 많이 주면 다른 여자에게 갖다줄까봐서?

그 일을 괘씸하게 여긴 이재우씨는

항아리속에 자기의 똥을 넣어서

찬장속에 넣어 두었단다.

내 똥이나 먹어보라면서.

사람은 누구든지 뿌린대로 거두는 법

얼마전에 돌아가신 내 엄마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평생을 악착같이 돈을 모아

늙어지면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려 하였더니

그 많은 돈을 외아들인 광일이가 한 입에 다 말아먹고서

당장 있을 곳이 없어지자

딸들이 거출해서 얻어준 방을 빼내어가면서

어머니를 모신다고 자신있게 장담을 했었다.

그래놓고서 며느리가 은근히 엄마에게 구박을 해대자

엄마는 치매에 걸려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착한 치매라서 아들만 알아보고

며느리는 주인집 여자라며 옆에서 오지 못하게 하면서

치매를 이십년이나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날들을 다 되돌아보니

모두가 뿌린대로 거둔 것 같다.

이재우씨도 엄마도

그들이 뿌린 것에 대한 댓가를

가족들에게 톡톡히 받아내고 가버렸으니.

다 살고 보면 인생은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냥 세상에 태어났다가 그 명을 다 누린 뒤에 가는 것일 뿐.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들을 알던 사람도 다 함께 가버려서

존재조차도 남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인생길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매사를 조심조심

신중하게 생각하고 하루를 살아가자.

치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