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   

                    윤 동 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여러분들은 과거 언젠가 길을 잃고 방황하신 적은 없습니까? 혹시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겠지요?

  저는 그런 적이 있습니다. 내가 가야하는 목적지는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을 비비고 애써 길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여러 갈래여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애만 태웠습니다. 풀 한 포기 없는 길에는 돌들만 뒹굴고, 한 발만 삐끗하면 천길만길 낭떨어지인데, 그래도 무작정 걸어야 했습니다. 떨리는 두 다리, 가슴 저리는 아픔을 참아야 했습니다. 나는 살아야 했고 목적지가 아주 가까이 보이니까요. 잡힐 듯 잡힐 듯 신기루 같은 목적지가  바로 거기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