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재미있고 살아 볼 가치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고 그래서 항상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평소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나하고는 맞지 않아서 겉으로 내색은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어려운 문제에 부딪쳐서 힘들어 할 때 그 사람의 도움으로 그 난관을 극복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겉으로 티나게 그 사람을 배척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요? 그 일을 겪은 후에는 세상사 모두가 더욱 조심스러워 졌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도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전기안전점검이 있었는데, 그 일로 아파트 관리소장이 내집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소장은 새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때 처음으로 얼굴을 보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낯 익은 얼굴이어서 여기 오기 전에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말을 들어 보니 아주 오래 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부서가 달라서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나 하는 정도로 지냈던 사람이지만 직장 내에서 평판도 좋았고 나 역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한 2년 같이 근무하다가 내가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바람에 그 동안 통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헤어진지 30년만에 그것도 내집에서 그 사람을 만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 사람과 내 사이가 나쁘지 않았기 대문에 망정이지 만약 나쁜 사이였다면 어땠을까요?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인연이란 참 묘합니다.

   요즈음 시중에서 막말이 화제가 되고 있는 어느 장관 후보자의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본인도 실토했듯이 장관으로 지명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게 인생사입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 그래서 참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