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서울 둘레길

- 수유리(4.19 민주묘지)

                                                                  -강화석

서두른 봄의 꽃, 진달래

피어나는 때

바람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에

역사와

한숨어린 사랑이 맞물려서

한 곳에 모여 있다.

아직, 4월은 오지 않았다.

진달래 붉게 물들일 산하는 조금 이른 때

골짜기에 모여

한(恨)된 울분 쏟기엔

세상은 밝고 맑다.

한 곳에 쏠려있지 않고

예까지 왔으나

머물지 않고

세상 멀리 퍼지고 흩어져

붉은 태양 빛나게 받아내

생명이 되었다.

서울 둘레길 지나

북한산 수유리 쯤,

그 어디에도 있고

그 어느 곳도 머물려 고집하지 않는

이제 오고 있는 4월은

붉게 타올라 함성이 되었던

생명의 합창을 담아

이곳에 머물러 가슴을 적시고 있다.

골짜기로 흩어지고 모으는 바람이여

산 넘어 먼 하늘을 통하려

힘을 모으느냐

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나

충분히 듣고 있으니

그저 붉은 피

예쁘게 진달래에 담아

산하를 채색해 주길

바라노니

바람도 하늘도 그저 그대로

가슴 서늘한

나그네 발걸음에 담긴다.

2019. 4. 1. 강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