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경계-2

- 사치하고 낭비하는 것

사월 초파일에 등을 다는 법은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중국 사람들은 반드시 정월 대보름에 하고 우리나라는 반드시 초파일에 한다. 신라와 고려 이래로 불교를 숭상하던 나머지의 풍속인 것 같은데, 민간에서는 절제 없이 사치를 하고 궁중에서는 더욱 심하여 국조(國朝)의 고사에 조등도감(造燈都監, 등 만드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을 두기까지 하였다. 지금은 비록 이를 폐지한 지가 오래되었으나 호사를 부리는 임금의 인척이 되는 집에서는 기이하고 교묘함을 서로 숭상하여 등 하나의 값이 천금을 넘기도 하니, 그 사치하여 낭비하는 것이 조등도감에 비하면 도리어 여러 갑절이 되었다. 근년 이래로는 위에서 금지했을 뿐만이 아니라 척리의 집안도 모두 청렴하고 가난하여 다시는 옛날과 같은 호사가 없으니, 이와 같은 장난감에 불과한 기구는 쓸모 없게 되었다.

四月八日懸燈之法. 未知創自何時. 華人則必以上元. 我東則必以八日. 似是羅麗以來尙佛之餘俗. 而閭巷之間. 侈靡無節. 宮中尤甚. 國朝故事. 至有造燈都監. 今雖廢之已久. 而貴戚豪奢之家. 互尙奇巧. 一燈之直. 至過千金. 其所糜費. 比都監反爲倍簁. 近年以來. 非但自上禁切而已. 戚里之家. 亦皆淸寒. 無復舊時豪奢. 似此戲玩之具. 不知落下幾層矣.

[네이버 지식백과] 사치하고 낭비하는 것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

- 재주만 믿고 행하지 않는 사람

사람은 한 가지 재주가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단지 재주가 귀한 줄만 알고 그것을 확충하여 베풀 줄을 모른다면, 그러한 사람의 재주는 다만 자기 자신이 즐기는 데만 충분할 뿐이다. 이는 도리어 별다른 재주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아무런 해로움도 끼치지 않는 경우보다 못한 것이다. 요즘 들뜨고 경박한 풍조를 좋아하고 제멋대로 거리낌 없이 행동하기를 좋아하여 상도(常道)를 어기거나 강상(綱常)을 범하는 죄과(罪科)에 빠지는 것은 모두 하찮은 재주만 가진 채 실질적인 학문을 지니지 않아서 야기된 결과이니, 경계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人固不可以無才. 然只知才之爲貴. 而不知所以擴而修之. 則其才適足以自誤. 反不如無他技能之爲無害也. 試以近日言之. 喜浮薄樂放縱. 流入於背經干常之科者. 皆坐於挾薄藝而無實學之致. 可不戒哉.

[네이버 지식백과] 재주만 믿고 행하지 않는 사람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

- 안목을 높이고 심신을 깨끗이 할 것 

모든 병은 다 고칠 수 있지만, 오직 병든 속습만은 고칠 수 없다. 선비된 자라면, 과거를 보아 벼슬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안목을 높이고 심신을 깨끗이 가짐으로써 진흙 구덩이에 떨어지지 않아야만 한다. 그러나 가만히 요즘 사람들을 보면 취생몽사(醉生夢死)의 관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자가 드무니, 이는 속된 풍습에 익숙히 물든 나머지 그 병근(病根)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昔人云百病皆可醫. 唯病俗者不可醫. 大抵爲士子者. 雖不得不進取科宦. 亦須高著眼目. 潔持心身. 不墮塵臼中. 而竊觀今人鮮不入醉夢之關者. 政坐狃染俗習. 病根深著故耳.

[네이버 지식백과] 안목을 높이고 심신을 깨끗이 할 것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