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원고지를 보면서 설교하는 목사가 있었다. 목사는 설교 시간 전에 원고지에다 설교 내용을 잔뜩 써 놓고는 그대로 줄줄 읽기만 했다. 어느 일요일 마지막 저녁 예배시간이었다. 원고를 펼쳐놓고 읽어 내려가는 도중 전기가 나갔다. 목사는 누군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불을 켜시오." 목사가 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불을 끈게 아니고 전기가 나간 거예요, 목사님." 한 신도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거 정말 큰일이군. 원고가 안 보이니 이를 어쩐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즉흥적으로 말했다.

"만약 전기가 정말 나갔다면 그것은 지금이 바로 기도의 시간임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순식간에 설교 시간은 기도시간으로 바뀌었고, 모든게 순조로이 흘러갔다.

설교시간과 기도시간은 따로 있는게 아니다. 그런 걸 정하는 리더가 목사 아닌가?

순간적인 기지가 그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 위기를 슬기롭게 모면하는 능력은 누구나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 능력을 소지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나는 고정관념 때문이고 또 하나는 당황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하면 대부분 당황하고 만다. 결국 일을 그르치고 만다. 당황한 나머지 남들 탓을 할지도 모른다. 왜 나갔느냐, 왜 하필 설교시간에 불이 나갔느냐며 전기를 담당하는 관리인을 탓할지도 모른다. 남 탓, 내 탓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의 예배시간을 망치게 된다. 이와같이 당황하는 습관은 다른 습관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