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친구들끼리, 또는 지인들끼리 얘기를 나누다가 ‘가짜 뉴스’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이 투입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증언도 나오고, JTBC에서 팩트 체크까지 했는데도 아직까지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 뉴스레터를 받아보시는 분들 중에도 그게 사실이라고 믿고 저에게 항의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하도 가짜 뉴스가 판을 치다보니까 어떤 때는 어느 게 진짜 뉴스인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하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심지어 현직 미국 대통령까지도 가짜 뉴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퍼뜨리고 있으니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모든 뉴스를 의심하면서 일일이 팩트 체크를 한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사람들은 그런 가짜 뉴스에 현혹될까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번째 이유로 사실보다 감정이 우선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의 감정에 맞추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 중 하나라는 예기입니다.

어찌 보면 ‘가짜 뉴스’라는 단어 자체가 객관적인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설사 객관적인 사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그 사실을 그대로 인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인간이 어떤 사실을 인지할 때 주관적인 입장을 완전히 저버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입장(감정)에 맞춰서 사실을 왜곡하기 때문에 가짜 뉴스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최근의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확증 편향이 인간의 속성이라면 왜 최근 들어 가짜 뉴스가 더욱더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요?

과거에도 물론 확증 편향에 의한 정보 왜곡이 있었지만, 사회 시스템에 의해 자연스럽게 걸러지면서 확산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공동체가 강했기 때문에 공동체 안의 구성원들과 접촉을 통해 의견 조율되면서 다른 의견이 존재하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대중 미디어의 영향이 컸기 때문에 개인의 의견이 무시되면서 가짜 뉴스가 확산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가짜 뉴스는 정부 또는 사회지도층이 주도해서 만들어내던 주류(?)뉴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과거의 대중 미디어에 의한 정보 왜곡이 현재의 가짜 뉴스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유언비어, 루머(헛소문), 지라시 등 가짜 뉴스와 유사한 형태가 존재하긴 했지만 그 영향력이 현재처럼 크지 않았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유언비어나 지라시도 대중 미디어에 의한 정보 왜곡 때문에 생겨난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 뉴스는 꼭 부정적인 의미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가짜 뉴스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인류가 함께 안고 가야할 과제라고 보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