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주간경향 1112호 2015.02.03

[그래, 나는 일을 못한다]그건 충고가 아니야, 인격 모독이지

업무에 실수가 있어 상사로부터 야단을 맞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혼을 내는 것과 인격적인 모독은 엄밀히 다르다.

일못 유니온을 알게 된 건 삶에 있어서 가장 낮은 자존감을 보유하고 직장 내 인격적 모독으로 인생에서 가장 크게 고민하던 때였다.

“네가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이야, 일을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네가 그따위로 하면 너희 부모님만 욕 먹어. 집에서 그런 것도 안 배우니?”

“나이는 어디로 처먹니? 그 정도 나이면 어지간히 알 때도 됐겠다.”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니? 머리를 쪼개서 뇌를 꺼내 확인하고 싶다. 정말.”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페이스북 페이지.

어떻게 이런 말을 사람에게 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놀랄 일이 전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러한 말들은 현재 직장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언어폭력의 한 예에 불과하다.

나 또한 언어폭력에 가까운 적나라한 표현에 고통스러워 한 적도 있었고, 심지어 생일날까지 이어지는 폭언으로 우울증에 빠져 죽음까지 생각하기도 했었다.

업무에 실수가 있어 상사로부터 야단을 맞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상사가 화를 내면서 가르쳐준다는 건 그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위인 만큼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고나 지적을 넘어 폭언을 퍼붓거나, 인격적 모독을 하거나, 일을 못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일 외적의 부분까지 신랄하게 비난하거나, 뒷담화를 하고 왕따까지 시키는 건 차원이 다르다.

그때부턴 폭력이다.

문제는 이런 폭력이 일터에 은근히 만연돼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서 10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그런 현실을 보여준다. 직장 상사 등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는 응답자가 68%에 달했으며, 3명 중 한 명은 직장 내 폭언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을 내는 것과 인격적인 모독은 엄밀히 다르다. 폭언은 폭력이며,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레토법칙에 따르면 20%의 일 잘하는 일꾼이 있고, 80%의 일 못하는 직원들이 있다. 일 잘하는 20%는 중요하고 창조적인 일을 통해 회사를 발전시키는 우수한 인재들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80%의 직원들이 일을 못하거나 필요없는 존재라는 시선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유지되는 데 80%의 직원들도 나름의 역할과 기여를 한다. 생각해보면 20%의 일꾼들이 일을 너무 잘하기 때문에 평범하고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해오던 일꾼들이 일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닌가. 일못들도 평온한 호수를 미끄러져 가는 오리의 부지런한 발처럼 땀을 흘리며 열심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일못들도 안다. 자신이 일을 못한다는 사실을. 노력에 비해 너무 더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의기소침해지는 날들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 일못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불필요한 상처를 준다. 일못이니까 그 상처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폭언에 대한 아픔을 토로한다면 참을성 없고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쉽게 매도한다.

정당한 ‘혼’은 일방통행의 억압이 아닌 양방향의 소통을 지향하면서 이루져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상사는 부하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일못도 혼나면서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는가.

폭언이나 인격적 모독은 ‘일잘’이 아니다. 서로의 ‘일못’을 인정하고 서로의 ‘일잘’을 발견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대화를 통해 조정하여 직장 내 언어폭력, 왕따 문제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드러내 본다.

「Lilly Bae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