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부하 직원에 욱하는 당신, '感情 코치'가 필요해

기업 감정코칭 확산

상사의 감정이 아래로 확산

성과·조직 분위기에 큰 영향

감정 관리의 중요성 부각

삼성, 마음관리 교육 의무화

이럴 땐 이렇게

하급자에게 욕하는 상사엔

심호흡·3분간 참기 처방

싫은 말 못해 火病 상사엔

부하 제압 '몸짓 언어' 지도

감정 아는 만큼 달라 진다

동생 생겨 떼쓰는 애들 봐라

혼내기보다 감정 알아주면

스스로 행동 교정하지 않나

"이 개XX야. 너 제정신이야 ? 너 같은 것도 집에 가면 너를 애비라고 부르는 애들이 있어?"

대기업 임원 A씨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직원들이 다 보고 있는데도 회의 자료를 만든 직원에게 달려가 욕설을 퍼부었다. 회의 도중 자료를 보다가 오자(誤字)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회의 전 담당 직원에게 "고치라"고 지시했는데, 직원이 깜빡 잊은 것이다. 모욕을 당한 직원은 "절대 A를 용서할 수 없다"면서 회사 인사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욱하는 성격의 A씨는 그 전에도 부하 직원에게 재떨이를 던진 적이 있었다. 그해 리더십 평가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은 A씨에게 회사는 '감정 코칭'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감정을 파악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감정 코칭'이 확산되고 있다. 감정 코칭 전문가인 최성애 HD행복연구소장은 "우리 연구소에서 감정 코칭 강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만 이미 300명이고, 현재 1000여명이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인지 능력 중심으로 돌아가던 사회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감정'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감정의 중요성을 가장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는 곳은 기업이다. 조직원들의 판단 능력이나 과업 수행 능력에 초점을 맞추던 기업이 이성(理性)의 영역을 넘어선 '감정'의 영역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 SK이노베이션은 임직원들을 위한 상담코칭센터 '하모니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마음관리'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최근 직장인들을 겨냥한 책 '서른 살 감정공부'를 펴낸 함규정 한국감성스킬센터장은 "감정표현도 일종의 '전략'이라고 보고, 직장 내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다루는 것이 기업 내 감정 코칭의 핵심"이라고 했다.

기업 대상 감정 코칭은 임원급부터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사의 감정이 폭포수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려 부하 직원들까지 감염시키기 때문이다. 리더들이 직장에서 가장 부담없이 표현하는 감정은 바로 '화'. 부하 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은 A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혈질인 A씨에게 내려진 처방은 '심호흡'과 '3분간 참기'. 코치는 "화가 나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 물고 3분간 참으며 심호흡을 하라"고 권유했다. '직원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화를 내야 한다'고 믿고 있던 A씨의 사고를 바꾸기 위한 '전략법 코칭'도 병행했다. 1년간 코칭을 받은 결과 A씨는 여전히 화를 내긴 했지만 그 강도와 횟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마음이 약해 싫은 소리를 못하는 감정 나약형 상사들은 말 안 듣는 부하 직원들 때문에 우울증이나 화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사들에겐 '몸짓 언어'를 가르친다. 함규정 센터장은 "부하 직원의 눈을 10초 정도 똑바로 바라보도록 해서 기선을 제압하도록 하거나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서는 등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자세를 가르친다. 리더십을 '프렌드십'과 착각하며 부하 직원을 '친구'로 대하는 상사들에겐 윗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도 훈련시킨다"고 했다.

직장 동료 간의 시기·질투도 코칭 대상이다. 한 대기업 연구소의 연구원 B씨와 C씨는 원래 자매처럼 절친한 동료였다. 그런데 어느 날 B씨가 먼저 승진하면서 C씨가 갑자기 B씨를 싸늘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남자 직원이 절대다수인 연구소에서 몇 안 되는 여직원들의 불화는 이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여성 임원을 키우려 했는데 여자들은 역시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까지 나돌자 회사는 두 명에 대한 감정 코칭을 의뢰했다.

◇理性에 대한 피로감… 감정을 읽어라

자세나 습관을 교정하듯 감정을 '코칭'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최성애 소장은 동생이 생겨 갑자기 떼를 쓰기 시작한 어린아이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최 소장은 "무작정 야단치기보다 '네가 엄마를 빼앗겨서 질투심이 들고 슬픈 감정이 드는구나'라고 감정을 읽어주면서 깨닫게 하면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을 교정하게 된다"면서 "감정 코칭을 받은 아이는 '회복 탄력성'이 뛰어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련을 쉽게 극복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의 감정도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 나간다. 최 소장은 "화의 층위를 분석해 어린 시절이나 사회 초년생 때의 부정적인 경험 등 그 아래에 깔려 있는 상처와 좌절감을 깨닫게 해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차리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차희연 한국감정조절코칭협회 소장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및 갈등 촉발 요소를 찾아주고, 감정을 읽은 후 사고 패턴을 분석하도록 도와준다. 호흡이나 명상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일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가 실시하는 '상담'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함규정 센터장은 "약을 써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훈련'하는 것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할 때는 특히 '감정처세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 지나간다' '언젠가는 좋아 진다'고 말하는 '힐링'과도 개념이 다르다"고 했다. 비용은 강사와 대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성애 소장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시간당 15만원 선이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6시간 이상"이라고 말했다.

감정 코칭이 확산되면서 감정 들여다보기를 주제로 한 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 출간 이후 20만부가량 팔린 '강신주의 감정수업'. 스피노자의 도움을 받아 미움, 사랑, 분노 등 인간의 48가지 감정을 읽어나간다. 책을 기획한 양희정 민음사 편집부장은 "자기계발서 붐이 주춤하는 데서 착안했다. 자기 계발의 핵심인 '감정 통제'에 우리 사회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기획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달 초 출간된 클라우스 페터 지몬의 '감정을 읽는 시간'은 진화심리학을 기초로 복수심, 신뢰 등 10가지 감정을 분석한다. 이 책을 출간한 김형보 어크로스 출판사 대표는 "이성으로 대표되는 근대의 모든 것들에 대한 피로감이 감정의 세세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프리미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