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나, 보이는 나. 관찰의 힘

여기에 사과가 하나 있다. 사과 정물화를 그린다고 가정할 때 완성된 사과그림을 평면적으로 그렸을 때 우리는 잘 그렸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가 보는 사과는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사과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빛이 들어오는 여러 각도를 생각하면서 그리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도 상상하면서 그림자 있는 부분이 살짝 밝게 그려야 한다는 전문가의 설명에 따라 그린다.

그렇다면 나를 이해할 때는 어떠해야 할까? 내가 아는 나가 전부가 아니니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 여러 각도로 봐야한다.
조해리의 창이라고 부르는 이론이 있다.
4개의 분면으로 나누어서
1.내가 알고 남도 아는 나,
2.내가 알고 남이 모르는 나,
3.나는 모르고 남이 아는 나,
4.남이 모르고 나도 모르는 나.

이중에서 보통 내가 아는 나를 먼저 안다. 나는 모르는데 남이 아는 나를 알 기회는 드물다.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알게 되어도 인정이 쉽지 않다.

진로 혹은 취업관련 학기초 첫수업에서 첫인상게임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학생들을 두줄로 세워서 한명씩 마주보면서 음악진행에 따라 옆으로 이동한다. 흥겨운 음악을 틀어주고 학생들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상대방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흘끗 본 첫 인상을 등뒤에 적어준다.

 첫인상을 적되 긍정적인 첫인상을 적고 부정적인 표현은 삼가하기가 규칙이다. 20명 가까운 학우들과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고 인사타임이 끝나면
학생들은 기대하면서 등뒤 종이를 열어본다. 읽는 표정이 다양하다.

마음에 드는 내용이 적혀있는지 빙긋이 웃는다.
하지만 긍정표현일텐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이 심각해지기도 한다. 나에게 이런 멋진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써준 사람은 누굴까?
글씨의 주인이 누구일지 예상해보지만 불가능하다. 첫수업이라서 서로를 모르니까.
단서는? 펜인데 튀는 색깔펜을 든 학생들은 불리하다.
어떠하든 자신에 대한 첫인상을 읽어보니 어떤지 물어보면 다음과 같은 반응이다.
“예상했어요.”
“음…좀 달라요.”
“응?”
 
인정하지 못하겠어도 그래도 “받아들이라”고 말해준다. 자신은 아니라고 해도 남이 그렇게 본다는 건 내가 모르는 나, 타인이 아는 나를 발견한 순간이니까.
마음에 드는 첫인상은 받아들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첫인상이라면 인정은 하되 본인이 원하는 인상으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면 된다.

‘큰바위의 얼굴’이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큰바위를 닮은 영웅이 마을에 온다는 전설을 믿으며 그 영웅을 만나기를 소원하며 기다린다. 세월이 지나서 어니스트가 장년이 되었는데 어느새 큰바위얼굴처럼 인자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더라는 이야기의 소설이다.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표정,분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현실에서 만난 사례가 있다.
유머감각이 있어서 같이 이야기 하면 유쾌하고 얼굴 표정이 밝은 청년이 있었다.
이야기를 재밌게 한다고 칭찬하자 원래는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얼굴이 화난 얼굴이었다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표정이 없이 있으면 화난것 처럼 보이는 얼굴과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자신을 바꿔봐야겠다고 결심했단다. 유머이야기 모음집을 읽고 재밌는 이야기를 외워서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자주 웃으려 노력했더니 인상이 바뀌고 재밌는 사람이 되어 있더란다.

노력하면 자신의 인상을 바꿀 수도 있으니 첫인상이 원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이런 수업이 아니더라도 남이 보는 나를 알려면 어떻게 해볼까?

<지인들에게 물어보기>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가족, 친구, 선배. 좋게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피하고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나도 몰랐던 장점과 단점을 잘 들을 수 있다. 내가 알았던 장점, 단점을 듣는다면 (“그럼 그렇지”하고 끝내지 말고 )타인의 입을 통해 들으면 확신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에니어그램이라는 성격검사가 있다. 에니어그램중 9번 유형은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느끼는 유형이다. 이런 경우에 믿을 만한 사람에게 듣는 한마디는 자신을 아는데 큰 도움이 된다. 연한 기본 드로잉선으로 그렸던 나를 섬세하고 강력한 터치로 그려낼 수 있다.

<통계속의 나를 보다.>
심리검사를 통해 나를 볼 수 있다. 심리검사는 자기보고식 검사가 주로 많다. 자신이 표시한 항목들에 대한 결과물이다. 심리검사결과가 이상하게 나오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자기모습이 좋게 나오길 바란다. 그런 마음이 심리검사할 때 작용하면 신뢰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표시하면 잘 못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활동적이지 않은데 활동적인사람에 대한 항목에 ‘그렇다’고 응답한 경우 내 모습이 아닌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심리검사를 한 후에 결과지만 읽지 말고 상담을 받거나 심리검사결과를 놓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과정은 필수다.
심리검사결과에 순응하기 보다 결과가 말하는 사항이 모두 내게 맞는지 맞지 않는 사항은 어떤 내용인지 구분한다.

예를 들면 흥미검사를 통해 예술형이 나왔다고 해보자.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활동과 작품에 흥미와 관심을 가진다.”라는 결과가 나오면 정말 그런가 되돌아본다. 예술 활동중에서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면 음악분야는 자신에게 아닌 분야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림그리기를좋아하지는 않지만 부모님께서 미술을 하기 원하셔서 관련된 경험을 많이 했던 학생이 있었다. 본인이 희망하지 않았지만 관련된 경험이 많으면 예술형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형이 갖는 모든 특징들이 내게 속한다고 하기 보다 어떤 특징은 나하고 맞고 어떤 특징은 내게 맞지 않을 수 있다. 이 부분을 확인하고 알아보면 나에 대해 한층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주관적으로 보며,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측면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심리검사는 대량의 검사지를 통해 다수의 통계 속에서 내가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 보여준다. 심리검사 결과를 100%수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결과물을 보고 통계적으로 나는 어떻게 볼 수도 있는지 알아보면 내가 몰랐던 나를 볼 수 있다. 강점이나 장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단점이나 약점을 볼 수도 있다.

 점수에 연연해하지 말고 통계의 어떤 지점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 어렵다는 ‘나의 객관화’가 실현된다.

<각종 경험을 통해 관찰한다.>
가정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때, 동아리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등 환경과 상황에 따른 자신의 모습을 다각도로 관찰해본다. 객관화 시키기 쉽지 않지만 나에게 맞는 일찾기에 필수조건이자 첫번째 요건인
“나 자신을 알라”를 실행하는 기회이다. 가정에서는 한없이 게으른 ‘나’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리더십맨이고 동아리에서는 싹싹한 후배로 선배들의 관심을 받는 사람일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나를 보도록 노력한다. 노력한 만큼 나를 알고 일을 찾는데 물꼬를 틀 수 있다.

 돌아볼 경험이 없다면 경험을 한다. 경험을 통해서 이런 경우에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사고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결국 자신을 알아보려면 경험이 있고 경험속에서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 당시에는 자신의 성향, 특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지만 회상했을 때, 성공경험, 칭찬 및 인정받은 경험, 갈등, 해내지 못해서 좌절한 경험 등이 쌓였을 때 학점보다 더 좋은 인생학점이 쌓인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면 게임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경험치가 쌓이면서 모습이 바뀐다.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궁금해하면서 레벨이 올라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포켓몬고의 변신=>레벨 up=>쌓여간 경험치.
경험치, 손에 쥐고 싶은 아이템이다. 득템! 

이렇듯 다각도로 자신을 보려고 노력하면 입체적인 나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