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존 번연이 쓴 <천로역정>은 제2의 성서로 여겨질 만큼 가치 있는 책이다. 성경은 겉 돌기식의 이야기들인 나와 거의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처럼 엮이어져 있어서 사람들은 성경 읽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천로역정>은 다르다. 인간 마음의 내면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가 있고 또 인간 마음의 행로를 추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생의 행로에서는 뜻밖의 많은 난관들을 만나게 되어있다. 난관 앞에 다다를 때마다 그것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되는지 몰랐을 적에는 너무나도 앞이 막막했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문들이 풀려나가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리하여 시아버지께도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드렸더니 시아버지 역시 72세의 노년을 맞아 할 일 없이 빈둥거리실 때 아주 꼼꼼하게 읽으시고는 평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오늘 이 시대는 인간성의 상실로 나날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 있다. 따라서 그 인간성의 회복을 위하여 마음과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는 불변하는 인간상 속에서 인간이 어떤 식으로 해야 구원에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서다.

이 책의 저자 존 번연은 영국 베스포드의 엘스토우에서 1628년 땜장이의 맏아들로 태어나서 아버지 밑에서 땜장이의 일만 하였다. 그러다 16세인 1644년에 의회군의 병사로 징집당한 뒤, 3년의 군 생활 끝에 의회군의 해체로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 땜장이 일을 계속하였다. 번연은 음악을 몹시 사랑했었지만 학교에는 다닌 적도 없고 또 악기 살 돈도 없었기 때문에 쇠를 가지고 해머로 바이올린을 만들었고, 의자의 다리 하나를 깎아서 플롯을 만들어 썼었다고 전한다.

그러다가 번연은 베스포드의 일반침례교회에서 목사 존 기포드를 1653년에 만나 그의 카운슬러를 받았고 가난한 여인들이 모여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사귐 속에 은혜가 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 베드포드근처의 여러 마을들을 다니면서 설교를 시작하였다.

번연은 두 번 결혼하였다. 첫 번째 부인은 아주 가난해서 시집올 때 청교도 서적 두 권만 지참했었단다. 책의 이름은 아더 덴트(Arthur Dent, 천국을 향한 평신도의 길)와 루이스 베일리(Lewis Bayly, 경건의 실천)다. 첫 번째 부인의 이름은 역사기록에 빠졌지만, 그녀는 네 명의 자녀를 낳았단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은 소경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부인은 두 자녀를 낳았는데 아주 용감한 여인이었단다.

1660년, 영국에는 스튜어트왕조가 복구되면서 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설교들은 강한 형벌로 금지되었으므로 그 해 11월 번연은 불법집회를 인도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1661년1월에 삼 개월 간 수감되는 형벌을 받았다. 그러나 풀려나서도 계속 설교를 했기 때문에 그는 다시 감옥에 갇혀서 그의 형량은 1672년까지 연장되었다. 번연은 감옥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구두끈을 만들었고 또 죄수들에게 설교를 했으며 여러 권의 책을 썼다. 1667년부터 1672년 출옥 때까지 번연은 대부분의 시간을 <천로역정>을 쓰는데 시간을 바쳤다.

번연은 출옥한 뒤 1월21일에 베드포드교회의 목사가 되었지만, 1677년에 불법설교의 죄목으로 다시 감옥에 들어가서 육 개월을 살았다. 그리고 5월9일에 찰스 2세의 관용령에 따라 번연은 설교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음과 동시에 베스포드교회도 회중모임장소로 인가를 얻게 되었다. 번연은 설교자요 복음전파자다. 그리고 목사로 재직하면서 근면과 열심과 헌신 때문에 “번연주교”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그는 자주 근처의 작은 마을들로 다니면서 설교를 하고 런던에 있는 교회들에서도 가끔 설교를 했지만, 번연은 한사코 베스포드에서 이주하기를 거부하였다.

번연이 살던 당시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 유럽 사람들이 자연세계의 도덕적 번잡성과 아우른 생활고에 시달렸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모든 길은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미궁과 미로와 광야를 헤매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천로역졍>으 출판은 인기가 아주 높았는데, 이유는 자만심이라는 바위와 절망의 바위 사이에 재빠르고도 거친 탁류를 헤져나가는 영혼의 참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간에 있어서 참된 진리란

판단력을 고취시키고,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며,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잘못된 고집을 꺾어주며, 우리의 기억과 상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안내해서

여러 가지 고통을 가라앉혀 주는 것들이어야 된다.

그런데 금이나 진주는 언제든지 딱딱하면서도 더러운 곳에 감추어져 있어서

보석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처럼 진리역시도 언제나 비유 속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진리를 찾아내기도 참으로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천로역정>은

멸망의 도시에서 시온 산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해 놓았다.

여기에서 멸망의 도시는 현실의 세계이고 시온산은 천국의 또 다른 이름이다.

천국은 마음의 평안을 가리키고 있다.

이 책에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마음을 조정하는 것들로

의인화로 엮어져 있다.

그들의 이름은

전도자, 고집쟁이, 온순, 크리스챤, 도움, 세속현자, 합법, 예의, 선의, 해석자, 담대, 욕망, 인내, 천박, 나태, 거만, 허례, 위선, 겁쟁이, 불신, 회의, 경계, 신중, 분별, 경건, 자애, 바알세불, 아블루온, 군대, 수다쟁이, 증선 경, 질투, 미신, 아첨, 노인경, 음란 경, 사치 경, 허영 경, 호색 경, 탐욕 경, 맹인, 불선, 악의 애욕, 방탕, 성급, 자만, 적의, 거짓말쟁이, 잔인, 증광, 무자비, 소망, 사심, 속임수, 영합 경, 기회주의자경, 교언 경, 팔방미인, 표리부동, 무관심, 세욕, 애전, 구두쇠, 취리선생, 절망, 자포자기, 지식, 경험, 성실, 오류, 조심, 청명, 무지, 변절, 소신, 비겁, 불신, 범죄, 대 은혜, 아첨장이, 헛된 소망, 현명, 쾌활, 자비심, 크리스티아나, 박쥐눈부인, 무분별 부인, 경박심 부인, 무지 부인, 바람둥이 마님, 애육 부인, 음탕 부인, 외설 부인, 순진, 느림보, 촐랑이, 무심이, 정욕미련이, 멍청이, 우둔이, 겸손, 노련씨, 부주의, 주의, 철퇴, 정직, 두려움씨, 자의씨, 살선, 심약, 주저, 은혜, 통회, 거룩, 성도 사랑씨, 무 허위씨, 참회씨, 낙심씨, 질겁, 편견, 악의, 신실, 바보, 팔푼이, 진리의 용사, 난폭, 무분별, 독단, 경솔, 무모, 물거품마님 등으로 이들은 모두 감정들의 명칭들로 평안한 마음을 갖기 위한 여정으로 엮이어져 있어서 원망으로 가득 차 있던 나의 마음이 이 책을 읽은 다음에 평안한 마음이 될 수 있었음에서 인간의 마음을 다루면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어 이 책을 자료실에 올리는 바다.

출처 : 존 번연의 <천로역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