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심리유형검사)는 Carl Gustav Jung의 ‘심리학적 유형(psychological types)’ 이론에 근거한 것으로, 현재 매우 널리 쓰이고 있는 성격 유형 검사의 하나이다. 이 검사는 Isabel Briggs Myers(1897-1979)와 그의 어머니 Katharine Cook Briggs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이들은 Jung의 심리유형 이론을 보다 쉽게 이해하여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1900~1975년에 걸쳐 이 검사를 연구 개발하였다.

Katharine Briggs는 자서전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인간의 개인차에 대해 연구하던 중 1920년에 Jung의 심리학적 유형론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 20여 년간 Jung의 이론에 입각하여 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관찰하였다. 그 20여 년간의 ‘인간관찰(people watching)’을 통하여 그녀는 Jung의 심리학적 유형론의 타당성을 확증하였고, 딸인 Isabel Myers가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하였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Form A, B, C, D, E』를 거쳐 최종 판인 F와 G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1920년에 발표된 Jung의 심리학적 유형론은 그의 학설 가운데서 비교적 초기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이론은 Jung의 20여 년간에 걸친 연구의 성과로, 자신이 정신과 의사로서 임상에서 경험하고 관찰해왔던 것에 더하여 Freud를 비롯한 반대론자들과의 갈등, 그들이 자신의 학설을 비판하는 근거 등을 추적한 결과로 이루어진 부산물이었다(Jung, 1960).

MBTI의 바탕이 되는 Jung의 성격이론의 요점은 각 개인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인식기능),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서 행동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판단기능) 각 개인이 선호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Jung은 인간의 행동이 겉으로 보기에는 제멋대로이고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무쌍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질서정연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몇 가지의 특징적인 경향으로 나뉘어져 있음을 강조하였다(Jung, 1976). 심리학적 유형론의 특징은 심리적 경향성간의 역동적(力動的)인 관계를 중시하는 데 있다. 그는 이 경향성을 일반적인 태도에서 보이는 ‘내향적 태도와 외향적 태도’, 정신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감각과 직관’ 및 ‘사고와 감정’의 기능으로 분류하고 있다.

Jung은 인간의 심리적 에너지가 그 사람의 내부에서 연유되는가 또는 외부에서 연유하는가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내향성, 어떤 사람은 외향성이 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외부환경을 대하는 방법에도 각기 개인차가 있는데, 이는 바로 이런 독특한 마음의 기능에서 연유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내향적, 외향적 태도의 구별에 대해 Jung은 개체의 주체(subject)와 객체(object)에 대한 태도에 따라서 구분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개인의 태도가 객체를 주체보다 중요시하면 그는 외향적 태도를 취한다고 말할 수 있고, 반대로 객체보다도 주체를 중요시하면 그는 내향적 태도를 취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술 전람회에 가서 그 그림이 좋다고 말할 때, 그 동기가 그 전날 본 신문의 평이 좋다고 되어 있고 그 화가들이 유명한 사람이어서 객관적으로 좋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라면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다. 그는 객관적으로 좋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의 평이 좋고 그 화가가 세상에 잘 알려져 있다고 해도, 내가 보기에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의 태도는 내향적이다. 그의 판단의 기준은 객관적인 기준보다 자기의 주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의 선호성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나는 것이며, 이러한 근본적인 선호성도 각기 다른 심리유형을 지닌 인간의 개인차에 의해 잘 설명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또한 이러한 선호성은 어떤 민족이나 문화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에게 본질적인 것으로 믿었다(Jung, 1923).

또한 Jung은 인간의 정신기능을 인식기능인 ‘감각과 직관’, 판단기능인 ‘사고와 감정’ 기능으로 분류하고, 인식기능을 비합리적인 정신기능, 판단기능을 합리적인 정신기능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인식기능은 옳고 그름의 판단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무엇을 감지하는 기능이므로 비합리적인 기능으로 보았고, 판단기능은 규준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이므로 합리적인 기능으로 여겼다.

Myers와 Briggs는 MBTI를 개발하면서, Jung이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간 JP지표도 하나의 독립된 지표로 첨가하였다. Jung은 이 JP지표에 대해 “판단형의 사람(J형)은 대개 판단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의식적 성격측면을 잘 파악하고, 인식형(P형)의 사람은 무의식적인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판단(J)은 정신현상의 의식적 동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인식(P)은 단지 일어난 일을 기록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Jung은 이러한 각 기능에서의 방향의 결정은 선천적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각 기능의 양극선 상에서 각 개인에 따라서 어느 한쪽으로 더 기울어지며, 이에 따라 개인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고유의 성격유형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는 또한 인간이 자신의 선천적 경향을 알고 활용할 때 심리적인 쾌적감이 따른다고 보았고, 반면 자신의 선천적 경향을 거슬러 가야 하는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갈 때는 심리적인 탈진감이 오게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마치 선천적으로 오른손잡이인 사람이 왼손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서툴고 어색하고 왼손을 쓰고 있다는 의식을 많이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식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심리적인 에너지의 소모가 많다는 표시이기도 한 것이다.

Jung은 인간은 자기의 타고난 선호 방향을 따라 익숙하게 살아갈 때 그 반대 방향 역시 개발시킬 수 있다고 보았고, ‘자기 실현’은 자기에게 묻혀 있는 것을 개발하여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과정이 개인의 성숙과정이라고 보았다.

MBTI는 이와 같은 Jung의 입장에 바탕을 두고, 개인이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자기보고를 통해 인식하고 판단할 때의 각자 선호하는 경향을 찾고, 이러한 선호경향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여러 경향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하여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