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식이든 자식은 부모의 애를 태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식의 문제가 부모의 문제임을 깨닫게 될 때쯤이면 부모는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게 된다. 말썽 피우는 아이는 자기의 애물단지가 아니라 부모의 마음 속에 어둡게 드리워져 있는 본래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까마득히 기억의 창고 속에 들어있는 줄만 알았던 어린 시절의 조각들은 무의식적인 동기로 변해서 내 삶의 모든 길을 인도하고 있다는 것은 까맣에 모르고 있다. 내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던 강력한 기억들은 지금 현재 내 속에서 강력한 힘으로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린 나이라 할지라도 부모의 죽음을 확인하지 않으면 그 죽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현실을 왜곡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소와감 속에서 신경증적인 증세를 일으키기 쉽다.

보통 사람들은 세상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것 또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긍정의 눈으로만 세상을 살다보면 실재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그냥 지나쳐버리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높고 자기합리화의 우려가 생기기 쉽상이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을 때 자연의 풍경이 아름다운 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다. 긍정과 부정의 관점에서 양면 모두 볼 수 있을 때 융통성있는 관점이 생겨난다.

지나치도록 긍정적인 생각에 빠진 나머지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적으로 굳어지게 된다면 현실의 불일치에서 오는 소외 때문에 일상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서 섹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하였다. 세상에는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우리의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완전함에 있는 것이 아니고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하여 내 그림자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그림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신사 또는 숙녀다운 면모를 보이려고 애쓰는 행동들이 어쩌면 자신의 열등감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닌지. 그렇게 되면 자기의 행동에 하나하나 걸려들어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정신건강의 핵심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의 밑바탕에는 자기 존중감과 자부심의 초석이 단단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자기 존중감이란 자기 가치를 가늠해 주는 기분 좋은 감정이기 때문에 만일 자기의 존중감이 없다면 삶은 고통 속에 처하게 된다.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열등한 모습까지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은 몹시 자유로워져서 거치는 것이 없게 된다. 이럴 때 가족은 모두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집에서 상처받는 아이들> 한영란 씀.